티메프(티몬+위메프)가 셀러(판매자)들의 대금을 정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큰 타격을 입은 카테고리(분야)는 여행/숙박 쪽으로 알려 져 있습니다. 

이쪽은 가격도 비싸고 시즌성 상품이기 때문에 계약 취소가 되면 1년, 아니 몇년간의 준비가 수포로 돌아갑니다.

가족여행을 준비했다가 예약한 비행기 호텔이 취소되면서 피해를 본 사람이 부지기수죠.

게다가 여행은 특별한 상품이기 때문에 비행기와 호텔(숙박)둘 중 하나만 예약이 취소되어도 타격이 심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알려진 소비자들의 피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 합니다.

저는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드러나지 않은 판매자의 피해액은 약 1조 6천억 정도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왜 이런일이 벌어졌는지, 어떻게 일이 진행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정산 60일의 마법

소비자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인터넷 쇼핑의 속도는 세계 최고 입니다.

밤 10시에 주문한 물건이 새벽 7시 전에 도착하는 시스템이니까요.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면 결제가 되면서 카드 또는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갑니다.

많은 분들은 이 돈이 물품 판매자에게 갔을거라고 생각하실겁니다.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루나 이틀이면 갈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물품을 택배로 보낸 업체에게 물품 대금은 '60일'정도 후에 도착합니다.

60일. 두달이란 시간이 걸리고 수수료를 차감 한 후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그럼 질문이 생길 것입니다. 

'나는 조금 전 카드로 결제 했는데요? 카드 대금에서 돈 나갔는데요?'

네 맞습니다, 이 돈은 PG사를 거쳐 인터넷 쇼핑몰 회사로 들어가고 물품 판매자에게 약 60일 후 정산하는 것입니다.

이 기간동안 인터넷 쇼핑몰은 이 들어온 돈으로 마케팅과 직원들 월급 등을 줍니다. 

'아니, 이 돈은 제가 물건을 산 돈이니 물건 판매자에게 줘야죠! 그 돈을 그렇게 쓰면 어떡하나요?'

괜찬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우리 쇼핑몰에서 물건을 또 살 것이고 이만큼의 돈은 '계속 들어올 것'이니까요.

인터넷 쇼핑몰들은 '정산 60일의 마법'을 즐기는 것입니다.

 

2. 60일 동안 판매자에게 일어나는 일

판매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접수된 주문을 처리했습니다. 

처리 된 수량만큼 물품이 줄었으니 다시 채워야 되겠죠.

60일 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돈이 들어오는 것은 확정 된 미래이니 다시 판매할 물품을 삽니다.

그런데 이 물품이라는게 한두개 사는것이 아니다 보니 물품 대금으로 수십만원 부터 수천만원까지 들어갑니다.

솔직히 이 돈이 통장에 들어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못하니 판매자도 신용카드로 물건을 삽니다.

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합니다. 

신용카드의 할부 이자, 은행의 대출 이자는 고스란히 판매자의 몫입니다. 

판매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계속 주문이 들어오면 열심히 물품을 소비자에게 배송합니다. 

드디어 고대하던 60일이 지났고 인터넷 쇼핑몰로부터 결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 수수료, 물품 선구매 이자, 카드 할부 이자를 제하고 보니 남는게 없습니다. 

매출이 많이 날수록 수익이 적어지는 희한한 현상이 시작됩니다. 

이때 인터넷 쇼핑몰 측에서 연락이 옵니다. 

'사장님, 풀필먼트 한번 해 보시죠?' 

 

3. 직원 없이 일하는 사장님이 되다

물품을 풀필먼트 센터(배송 대행 물류 센터)로 다 보내버리니 포장을 할 필요가 없어서 직원은 다 내보냈습니다.

여러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이 들어오지만, 사장님 혼자 또는 가족들과 어찌저찌 배송이 해결됩니다. 

인건비 지출이 없으니 숨통이 좀 트의는 것 같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진 직원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의 정산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합니다.

정산이 밀려도 어차피 판매자는 자기 가족 건사만 하면 되니, 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갑자기 뉴스가 나옵니다. 

'정산 불능'

 

4.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한 피해들

위의 상황은 지금 티메프 사태를 맞이한 판매자들의 일반적인 상황 입니다. 

판매자는 정산을 못받았고, 물건은 대부분 쿠팡의 풀필먼트에 들어가 있습니다. 

물품을 샀기 때문에 물품금액은 이미 지불했거나 만약 신용거래라면 연쇄부도의 문제도 있습니다. 

휴가를 망쳐버린 소비자들의 일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 수십배의 물품을 구매한 판매자들에겐 정말 지옥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방송에서는 소비자 피해액이 추산 1,600억 정도 된다고 방송에 나옵니다.

그러나 이건 '소비자'일 뿐 판매자의 미정산 금액은 솔직히 정산도 안되었다고 보여집니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구영재 대표의 발언, 처신은 한심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회의원들도 판매자들에 대한 구제책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도 대답도 못하고 있죠.

3년전 머지포인트 사태는 대부분 사용자(소비자)들에게 일어난 피해 입니다.

그러나 이번 티메프 사태는 판매자와 소비자 쌍방에게 발생한 엄청난 피해 입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위원(비례대표, 변호사)가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에게 질문하고 있다.

 

5. 과연 판매자들은 판매대금 정산을 받을 수 있을까

제가 인터넷 쇼핑몰 판매자로 오래 활동 해 보니 판매 재고는 평균 판매량의 약 10배 정도 필요합니다.

언제 갑자기 팔릴 지 모르기 떄문이죠.

하나 팔리고 하나 준비하고 이런 시스템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판매자가 입는 타격은 소비자 피해액의 10배 정도 되는 타격 일 것입니다. 

'다른데 팔면 되잖아요'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쇼핑몰에서 상품의 브랜딩, 판매자 점수 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 피해는 고스란히 판매자의 몫입니다.

지금 구영배 대표는 티메프와 큐텐의 대표에서 사임했으며 자기는 '사재를 털어 해결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사태에서 판매자들의 구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늘 그래왔던 것 처럼 목소리가 큰 쪽이 이길 것입니다.

문제는 소비자의 숫자가 판매자의 숫자보다 몇배 많다는 것이죠.

판매자의 목소리는 곧 들리지도 않게 될 것입니다.

티몬과 위메프에 결제를 하고 구매한 여행 상품이 취소되면서 여름 휴가를 망친 '소비자'들의 이야기가 도배 될 것이니까요.

 

대한민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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